불행한 운명 때문에 정신이상이 되어버린 여인의 탄식 화우스트와의 사이에서 생긴 불의(不義)의 자식을 바다에 버리고 또 어머니를 독살했다고 고발당하고 투옥된 마르게리타가 호른과 바이올린의 전주(前奏)에 유도되듯 노래하는 애절한 아리아이다.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처음 4행은 고소당한 사건에 대한 피고의 진술(陳述)이다. 갓난애를 죽인 범행을 부정하고 자기의 광기 부인하고 있다. 다음 5행은 그 범죄에 대한 정상(情狀)의 호소이다. 매우 애절하여, 배심원들은 동정한다. 그러나 좀 이상하다. “숲 속의 참새(il passero del bosco)”라고 하고, 참새가 된 자기의 마음이 “날고 날아서 저쪽으로 사라진다(vola, vola, vola… via)”고 한다. 그녀의 영혼이 떨어져나간 병적 증상, 즉 스스로의 광기를 넌지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어 그 다음 4행 “In letargico sopore[(어머니는 혼수상태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은 제2의 범행인 어머니의 독살을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똑같이 정상참작을 되풀이하여 호소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이미 이 불행한 여성이 유죄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나 강한 연민의 정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배심원의 동정에 보답하듯이 날이 밝자 마르게리타는 승천하고 만다.
추천 CD 및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fin) 지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 테발디(S), 1958, Decca당시의 이상적인 명가수를 총동원한 녹음이다. 시에피의 메휘스토휄레, 델 모나코의 화우스트, 테발디의 마르게리타 등 대형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의 위력(威力)이 십분 발휘되었다. 특히 테발디는 절망의 기분이 사무치게 전해오는 명창이다. 그리고 이들을 통솔하는 스케일 큰 극음악의 골격은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한 명연주이다.
[CD] 화브리티스(파브리티스, Fabritiis) 지휘, 내셔널 휠하모니 관현악단/런던 오페라 합창단, 후레니(Freni, 프레니, S), 1980-1982, Decca기어로프, 파바로티, 후레니, 까바예 등 이것도 세라휜반에 뒤지지 않는 대형의 호화로운 배역이다. 그중 주역은 기어로프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면목을 보여준 데 화브리티스(Oliviero de Fabritis)가 최후로 남긴 녹음이다. 그는 별로 격조가 있는 지휘자는 아니지만 질리(Beniamino Gigli) 때부터 활약했으며 노래를 중심으로 하는 지휘는 최고였다.
[DVD] 아레나 지휘, 샌후란시스코 관현악단․합창단, 베나코바(S), 카르센 연출, 1989, Pioneer제네바나 쉬카고의 리릭 오페라와 협력한 카르센(Robert Carsen)의 연출은 화우스트 박사를 공중에 매달아 헤엄치게 하거나 합창의 환상적인 표현 등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오페라는 주역인 메휘스토휄레에 걸출한 가수를 얻지 못하면 공연을 할 수 없으므로 공연 횟수가 매우 적다. 그 주역이 레이미(Samuel Ramey)이며 그의 노래와 연기가 뛰어나다. 팽팽하고 다이내믹한 목소리에 더하여 단아하고 독특한 모습은 우리를 매료시킨다. 마르게리타 역의 베나츠코바와 화우스트 역의 오닐(Dennis O'Neill)도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 지휘자 아레나(Maurizio Arenas)는 장인다운 견실한 솜씨로 즐겁고 높은 수준의 무대를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