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의 옆자리에 앉는 오보에는 목관악기 가운데 제대로 소리내기가 매우 어려운 악기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그만큼 오보에 소리는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가는 힘이 강해서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요. 플루트보다는 조금 단단하고 꽉 찬 소리를 지니고 있어서 여성으로 치면 청초한 소녀라기보다는 우아한 중년 여성의 이미지랄까요? 그래서 그런지 오보에는 관현악곡에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선율을 독차지합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을 예로 들면 플루트와 오보에의 차이가 명백해집니다. 이 곡에서 바이올린과 플루트, 그리고 오보에가 모두 세기의 호색한 돈 환의 연인을 상징하고 있는데, 그 성격은 모두 다릅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드린 [돈 후안]의 바이올린 솔로가 요염한 여인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면, 플루트는 부끄러움이 많은 순결한 여인으로 묘사되고, 오보에는 귀부인과 같은 기품이 흐르는 여인으로 표현되지요. 슈트라우스의 작품 속에서 플루트는 돈 환의 열렬한 구애를 피해 도망가는 순진한 처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수줍은 듯 도망치는 여인의 모습이 플루트의 싱코페이션 리듬으로 표현된 것이 정말 절묘하지요. 구애하는 돈 환의 열렬한 사랑고백은 풍성한 현악기로 표현되고 도망치는 여인은 플루트 소리로 묘사됩니다. 반면 귀부인과 같이 고상하고 기품 있는 오보에의 선율이 흐르면 그를 둘러싼 주변의 분위기는 갑자기 진지하고 신비스럽게 변모하게 되고 모두들 그녀의 우아한 자태와 고고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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