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농 레스코 공연]의 에피소드 : 그리고 무대에는 지휘자와 주역 둘만 남았다웰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1978년도 브라이톤 축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농 레스꼬]공연이 순조롭게 공연되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지휘자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합창단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두 없어지고 무대에는 주역인 마농과 데 그뤼만 달랑 남아 있었다. 덕분에 지휘자는 텅 빈 오케스트라 박스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아마 다른 곳의 정기 연주회(定期演奏會)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연속 과로한 끝에 이번 브라이톤의 연주로 단원 전원이 지쳐 뻗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연일 출연으로 피로한 단원들이 오페라가 끝나가니 자기 몫이 끝난 단원은 가도 좋다고 누군가가 낸 헛소문에 속았던가.
추천 음반 및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7) 칼라스(S) EMI모노랄 녹음이지만 잊을 수 없는 연주이다. 칼라스의 마농은 날카롭고 선명하며 상대역인 디 스테화노(디 스테파노, di Stefano)도 더할 나위 없는 명역이다. 세라휜의 이 드라마의 본질을 확고히 파악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 내는 드라마틱한 음악의 향연은 듣는 이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CD] 시노폴리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창단(1983) 후레니(프레니, Mirella Freni, S) DG이 오페라는 전반(前半) 1,2막이 화려하고 후반(後半) 3,4막은 암전(暗轉)된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장점과 단점을 드러낸다. 즉 마농의 실재감(實在感)이 온전하게 노래에 표현되어 있지 않으면 후반이 진지한 비극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후레니는 그 점에서 여자의 본성을 완벽하게 노래하고 있다.
[DVD] 시노폴리 지휘, 코벤트 가든 왕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3) 테 카나와(S) 후리드리히 연출테 카나와(Kiri Te Kanawa), 도밍고 절정기(絶頂期)의 로이열(로열) 오페라단 공연 실황을 녹화한 것이다. 이 오페라를 어떤 이는 “청춘의 아픈 상처”라고 했지만 그 상처를 연출가 후리드리히(프리드리히, Götz Friedrich)는 시노폴리(Giuseppe Sinopoli)의 치밀한 음악과 함께 음영(陰影) 깊게 그려나간다. 화려한 무대 모습의 테 카나와가 인상 깊은 연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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