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10, 2011

홀로, 외로이 버려져 - 푸치니, [마농 레스코]

홀로, 외로이 버려져

푸찌니(푸치니, Giacomo Puccini)가 작곡한 세 번째 오페라이며 오페라 작곡가로서 그의 이름을 영원하게 만든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곧 뒤이어 작곡한 3대 걸작에 비하면 작곡기술, 구성능력, 완성도 등이 훨씬 떨어지지만 특히 음악 속에 넘치는 정열과 멜로디 자체의 아름다움이라는 면에서는 그 이상이라고 해도 된다. 이 오페라는 역시 같은 원작에 작곡한 마쓰네(마스네, Jules Emile Frédéric Massenet, 1842~1912)의 [마농]과 비교하여 여러 비평가로부터 원작에 충실하지 않다거나 음악이 지나치게 드라마틱하다는 의견을 듣는다. 그러나 원작은 원작일 뿐 작곡가가 자기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푸찌니에게는 그러한 비난은 전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함으로써 푸찌니가 보다 우수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편이 훨씬 고맙다고 할 것이다. 오페라 대본은 쁘레보(Abbé Prévost)의 소설을 올리비아(Domenico Oliva)와 일리카(Luigi Illica)가 만들었다. 전4막이다.



불행을 몰고 다니는 여인, 마농의 비극 이야기
타고난 미모와 바람기로 지금까지 숱한 남자를 불행하게 한 마농은 더 이상 희생자를 만들 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사촌 오빠를 따라 수녀원을 향해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여관들이 많은 거리에서 학생 데 그뤼에게 열렬한 사랑의 호소를 듣고 그가 유혹하는 대로 사촌 오빠 몰래 빠리로 도망가 다시 사랑으로 가득 찬 생활을 즐기게 된다. 그러던 중, 사치스런 생활이 몸에 익은 마농은 분명 사랑은 충만되어 있다 해도 그저 그것뿐인 생활로는 참을 수 없고 또 사촌 오빠까지 돈에 매수되어 돈 많은 부자 노인인 제론트의 여자가 되었다. 마농을 쫓아 데 그뤼는 온 빠리를 찾아다닌 끝에 다시 그녀 앞에 모습을 나타나, 자기와 같이 가서 이전처럼 사랑으로 가득 찬 생활을 보내자고 애원한다. 마침 사치는 하고 있지만 사랑이 조금도 없는 생활에 진력이 나 있던 마농은 다시 도망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냥 도망가면 되었을 것을 욕심을 내서 노인의 보석류를 죄다 싹 쓸어가려다 그만 들키고 만다. 바로 두 사람이 떠나려는 순간 제론트가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마농은 미국이라는, 살아서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땅으로 유배형(流配刑)을 받는다. 출발하는 날, 배를 탈 죄수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던 중 마농의 이름이 나오자 절망에 빠진 데 그뤼는 그녀를 구하려고 관리들에게 덤벼들지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달은 그는 지휘관에게 청소부건 뭐건 상관없으니까 제발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울면서 부탁하니까, 그 깊은 애정에 감동된 지휘관은 승낙한다. 황량(荒凉)한 낯선 땅에 정처 없이 헤매는 마농과 데 그뤼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데 그뤼의 깊은 사랑으로 감싸인 채 죽음과 필사적으로 싸우는 마농이었으나 이미 다가온 운명은 피할 수 없었다. 마농은 사랑하는 사람의 팔에 안겨 잠든 듯이 숨을 거둔다.

[마농 레스코] 초연 기념우표, 마농 레스코가 죽는 비극의 장면을 담고 있다. Vespasiano Bignami (1941-1929)의 그림


no아티스트/연주 
1홀로, 외로이 버려져 Sola, perduta, abbandonata / 마리아 칼라스 (소프라노) 등듣기
2011년 3월 17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워너뮤직코리아


Puccini, [Manon Lescaut]
'Sola, perduta, abbandonata'
Sola, perduta, abbandonata
in landa desolata!
Orror!
Intorno a me
s'oscura il ciel, ahimè, son sola!
E nel profondo deserto io cando.
Strazio crudel!
Ah! Sola abbandonata;
io la deserta donna!
Ah! Non voglio morir,
No! Non voglio morir!
Tutto è dunque finito.
Terra di pace mi sembrava questa!
Ah! Mia beltà funesta,
ire novelle accende....
strappar da lui mi si volea;
or tutto il mio passato
orribile risorge,
e vivo innanzi al guardo mio si posa.
Ah! Di sangue s'è macchiato.
Ah! Tutto è dunque finito!
Asil di pace
ora la tomba invoco.
Non voglio morir, 
non voglio morir! 
No! No, non voglio morir, 
amore, aita!
푸찌니, [마농 레스꼬]
‘홀로, 외로이 버려져’ 
홀로, 외로이 버려져
황야 속에!
두렵다!
내 둘레는
하늘이 캄캄해지고, 아, 나는 혼자다.
이 황무지 안에서 나는 죽는다. 
고통스러운 괴로움이여!
아! 홀로 버려져서,
얼마나 불행한 여인인가!
아!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죽고 싶지 않은데,
그럼 모든 것이 끝이야.
이곳은 평화가 있는 땅으로 보였는데!
아! 내가 예쁜 것 때문에
번거로운 일이 차례로 일어나
나를 그에게서 갈라서게 하려 했다.
내 과거의 모든 것이 지금,
몸서리치도록 되살아나,
생생하게 내 바로 눈 앞에 있다.
아! 뜨거운 피 때문에 소문이 나빠졌다.
아! 모든 것이 끝이다!
무덤만이
평화를 주는 장소가 되어 주리라.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아!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이여, 도와 주세요!


유배지에 닿은 후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는 것은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고 이 아리아 속에 대강 이야기 되고 있다. 피로와 굶주림으로 꼼짝 못하는 마농을 그대로 두고 데 그뤼가 물을 찾아 떠난 뒤 그녀는 자기의 비참한 꼴을 눈여겨 본다. 지난날 문득 깨달았던 후회는 두려운 절망감이 되지만, 이 아리아가 끝난 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 데 그뤼를 나무라지 않고 끝까지 살아 달라고 부탁하고 마농은 오보에와 훌루트(플루트, flute)의 반주 속에 숨을 거둔다. 이 미련(未練)뿐인 죽음에는 조금도 고귀함이나 위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마농 레스코 공연]의 에피소드 : 그리고 무대에는 지휘자와 주역 둘만 남았다웰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1978년도 브라이톤 축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농 레스꼬]공연이 순조롭게 공연되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지휘자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합창단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두 없어지고 무대에는 주역인 마농과 데 그뤼만 달랑 남아 있었다. 덕분에 지휘자는 텅 빈 오케스트라 박스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아마 다른 곳의 정기 연주회(定期演奏會)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연속 과로한 끝에 이번 브라이톤의 연주로 단원 전원이 지쳐 뻗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연일 출연으로 피로한 단원들이 오페라가 끝나가니 자기 몫이 끝난 단원은 가도 좋다고 누군가가 낸 헛소문에 속았던가.



추천 음반 및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7) 칼라스(S) EMI모노랄 녹음이지만 잊을 수 없는 연주이다. 칼라스의 마농은 날카롭고 선명하며 상대역인 디 스테화노(디 스테파노, di Stefano)도 더할 나위 없는 명역이다. 세라휜의 이 드라마의 본질을 확고히 파악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 내는 드라마틱한 음악의 향연은 듣는 이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CD] 시노폴리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창단(1983) 후레니(프레니, Mirella  Freni,  S) DG이 오페라는 전반(前半) 1,2막이 화려하고 후반(後半) 3,4막은 암전(暗轉)된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장점과 단점을 드러낸다. 즉 마농의 실재감(實在感)이 온전하게 노래에 표현되어 있지 않으면 후반이 진지한 비극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후레니는 그 점에서 여자의 본성을 완벽하게 노래하고 있다.

[DVD] 시노폴리 지휘, 코벤트 가든 왕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3) 테 카나와(S) 후리드리히 연출테 카나와(Kiri Te Kanawa), 도밍고 절정기(絶頂期)의 로이열(로열) 오페라단 공연 실황을 녹화한 것이다. 이 오페라를 어떤 이는 “청춘의 아픈 상처”라고 했지만 그 상처를 연출가 후리드리히(프리드리히, Götz Friedrich)는 시노폴리(Giuseppe Sinopoli)의 치밀한 음악과 함께 음영(陰影) 깊게 그려나간다. 화려한 무대 모습의 테 카나와가 인상 깊은 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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