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10, 2011

어느 날 밤, 깊은 바닷속에 - 보이토, [메피스토펠레]

어느 날 밤, 깊은 바닷속에

괴테의 시극(詩劇) [화우스트 (Faust, 파우스트)]를 원안(原案)으로 하여 무대화한 작품은 많다. 그러나 제2부까지 넣은 일은 드물다. 보이토가 바그너 음악의 영향 아래(그는 바그너 악극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 다른 작곡가들과는 색다른,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 [메휘스토휄레(Mafistofele, 메피스토펠레)]는 대담한 수법과 극적 통일을 꾀한 웅대(雄大)한 역작(力作) 오페라이다. 그러나 밀라노 초연판은 하룻밤 상연하기에는 너무 길어서, 결국 오늘날 흔히 공연되는 볼로냐 개정판에 낙착하게 된다. 보이토는 오히려 오페라의 유명 대본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퐁키엘리(Amilcare Ponchielli)의 [라 죠콘다 (라 조콘다, La Gioconda)],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텔로], [활스타후(Falstaff, 팔스타프)]의 대본을 쓴 사람이다.



괴테의 원작에 가장 충실한 오페라
보이토의 [메휘스토휄레]가 숱한 [화우스트]를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가장 원작에 충실하다고 말하는 것은 괴테의 희곡을 제2부까지 오페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페라의 주역은 메휘스토휄레이다. 과연 구노의 [화우스트]의 메휘스토휄레스와 비교하면 이쪽이 훨씬 악역(惡役)이다. 구노식의 메휘스토휄레스는 마치 신사처럼 활발하게 나타난다. “허리에는 칼. 깃털 달린 모자를 쓰고 지갑은 두둑해, 어깨에는 멋진 망토를 걸치고 있어, 말하지면 정말 신사인 셈이다.” 이에 비하면 보이토의 메휘스토휄레는 나쁜 천사이다. 유명한 휘파람의 아리아 ‘나는 악마다!’로 자기소개를 하지만 꽤 까다롭다. “나는 악마다. 별이건 꽃이건, 언제나 모든 것을 부정(否定)한다. 내 비웃음과 적의(敵意) 덕분에 창조주는 쉴 날이 없다. 내 소망은 무(無)이다. 즉 창조물의 완전한 파괴이다.” 보이토의 메휘스토휄레는 음악이라는 면에서도 기괴(奇怪)하여 넓은 음역(音域)이 요구된다. 보이토는 베르디와는 완전히 다른 미학으로 작곡을 했으나 베르디가 발전시킨 성격적인 베이스 역의 영향을 받았음은 틀림없다. 16세기의 독일과 고대 그리스이다. 천상(天上)의 세계에서 악마 메휘스토휄레가 늙은 철학자 화우스트를 유혹할 것을 도전(挑戰)적으로 선언한다.

[제1부] 부활절의 일요일에 후랑크후르트의 거리에 내려온 메휘스토휄레는 화우스트를 발견하고 무엇이든 소원을 말하라고 설득한다. 화우스트도 “잃어버린 청춘의 아름다운 순간을 얻을 수 있으면 죽어도 좋다”고 계약을 한다. 청년의 모습으로 엔리코가 되어버린 화우스트는 아름다운 아가씨 마르게리타에게 접근한다.

괴테의 [파우스트] 미국판에 삽입된 삽화 (Harry Clarke의 그림, 1925년 작)

그의 달콤한 말에 그녀는 수면제를 어머니 마르타에게 먹이고 밀회를 거듭한다. 을씨년스러운 악마들의 향연이 열리는 밤에 쇠사슬에 묶인 마르게리타의 환영(幻影)이 나타난다. 화우스트가 본 환영이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죽인 죄와 화우스트와의 사이에 낳은 갓난애를 죽인 죄로 투옥(投獄)되어 착란상태에 놓인다. 그녀를 구출하려고 스며든 화우스트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두고 천상에 구제(救濟)되어 간다.

[제2부] 고대 그리스의 달빛이 눈부신 어느 강가에서 미녀 헬레나와 중세 기사(騎士) 모습을 한 화우스트가 도취적(陶醉的)인 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다. 후랑크후르트의 화우스트 서재(書齋)에 메휘스토휄레가 다시 나타난다. 유혹하려고 하지만 들은 척도 않고 화우스트는 성서를 들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천사들이 장미 꽃잎 비를 뿌려 장례를 치른다. 패배한 악마는 휘파람을 불며 떠나간다.

no아티스트/연주 
1어느 날 밤, 깊은 바다 속에 'L’altra notte in fondo al mare / 마리아 칼라스(소프라노) 외듣기
2011년 3월 2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워너뮤직코리아


Boito, [Mefistofele]
'L’altra notte in fondo al mare' 
L'altra notte in fondo al mare
il mio bimbo hanno gittato;
or per farmi delirare
dicon ch'io l'abbia affogato.

L'aura è fredda, il carcer fosco,
e la mesta anima mia
come il passero del bosco
vola, vola, vola.... via.
Ah! pietà di me!

In letargico sopore
e mia madre addormentata,
e per colmo dell'orrore 
dicon ch'io l'abbia attoscata.

L'aura è fredda, il carcer fosco,
e la mesta anima mia
come il passero del bosco
vola, vola, vola.... via.
Ah! pietà di me!
보이토, [메휘스토휄레]
‘어느 날 밤, 깊은 바다 속에’
어느 날 밤, 내 아기를
누군가가 바닷속에 던졌습니다.
그런데 나를 미치게 하려고
내가 물에 빠져 죽게 했다고 합니다.

둘레는 차갑고 감옥은 어두워
타격을 받은 내 마음은
숲 속의 참새처럼
날고 날아서 저쪽으로 사라진다.
아, 불쌍히 여기소서!

어머니는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허나 더함 없이 두려운 일은
내가 독약을 먹였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둘레는 차갑고 감옥은 어두워
타격을 받은 내 마음은
숲 속의 참새처럼
날고 날아서 저쪽으로 사라진다.
아, 불쌍히 여기소서!



불행한 운명 때문에 정신이상이 되어버린 여인의 탄식
화우스트와의 사이에서 생긴 불의(不義)의 자식을 바다에 버리고 또 어머니를 독살했다고 고발당하고 투옥된 마르게리타가 호른과 바이올린의 전주(前奏)에 유도되듯 노래하는 애절한 아리아이다.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처음 4행은 고소당한 사건에 대한 피고의 진술(陳述)이다. 갓난애를 죽인 범행을 부정하고 자기의 광기 부인하고 있다. 다음 5행은 그 범죄에 대한 정상(情狀)의 호소이다. 매우 애절하여, 배심원들은 동정한다. 그러나 좀 이상하다. “숲 속의 참새(il passero del bosco)”라고 하고, 참새가 된 자기의 마음이 “날고 날아서 저쪽으로 사라진다(vola, vola, vola… via)”고 한다. 그녀의 영혼이 떨어져나간 병적 증상, 즉 스스로의 광기를 넌지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어 그 다음 4행 “In letargico sopore[(어머니는 혼수상태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은 제2의 범행인 어머니의 독살을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똑같이 정상참작을 되풀이하여 호소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이미 이 불행한 여성이 유죄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나 강한 연민의 정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배심원의 동정에 보답하듯이 날이 밝자 마르게리타는 승천하고 만다.



추천 CD 및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fin) 지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 테발디(S), 1958, Decca당시의 이상적인 명가수를 총동원한 녹음이다. 시에피의 메휘스토휄레, 델 모나코의 화우스트, 테발디의 마르게리타 등 대형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의 위력(威力)이 십분 발휘되었다. 특히 테발디는 절망의 기분이 사무치게 전해오는 명창이다. 그리고 이들을 통솔하는 스케일 큰 극음악의 골격은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한 명연주이다.

[CD] 화브리티스(파브리티스, Fabritiis) 지휘, 내셔널 휠하모니 관현악단/런던 오페라 합창단, 후레니(Freni, 프레니, S), 1980-1982, Decca기어로프, 파바로티, 후레니, 까바예 등 이것도 세라휜반에 뒤지지 않는 대형의 호화로운 배역이다. 그중 주역은 기어로프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면목을 보여준 데 화브리티스(Oliviero de Fabritis)가 최후로 남긴 녹음이다. 그는 별로 격조가 있는 지휘자는 아니지만 질리(Beniamino Gigli) 때부터 활약했으며 노래를 중심으로 하는 지휘는 최고였다.

[DVD] 아레나 지휘, 샌후란시스코 관현악단․합창단, 베나코바(S), 카르센 연출, 1989, Pioneer제네바나 쉬카고의 리릭 오페라와 협력한 카르센(Robert Carsen)의 연출은 화우스트 박사를 공중에 매달아 헤엄치게 하거나 합창의 환상적인 표현 등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오페라는 주역인 메휘스토휄레에 걸출한 가수를 얻지 못하면 공연을 할 수 없으므로 공연 횟수가 매우 적다. 그 주역이 레이미(Samuel Ramey)이며 그의 노래와 연기가 뛰어나다. 팽팽하고 다이내믹한 목소리에 더하여 단아하고 독특한 모습은 우리를 매료시킨다. 마르게리타 역의 베나츠코바와 화우스트 역의 오닐(Dennis O'Neill)도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 지휘자 아레나(Maurizio Arenas)는 장인다운 견실한 솜씨로 즐겁고 높은 수준의 무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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