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곡’은 ‘카프리치오’(capriccio), 혹은 ‘카프리스’(caprice)라고도 하는데, 정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특이한 음악입니다. ‘정해진 것이 없는 것’이 기상곡의 특성이라고나 할까요. 카프리치오라는 말 자체에도 ‘변덕스럽다’거나 혹은 ‘일시적인 기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보통 짧고 경쾌하며 즉흥적이고 환상적인 기악곡을 기상곡이라고 하지만, 시대에 따라서 그 의미는 많이 다릅니다.
‘기상곡’이라는 용어가 음악사에 처음 등장한 것이 16세기 후반이니 기상곡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처음 기상곡이란 용어가 나타났을 당시에는 기악곡뿐 아니라 성악곡까지 아우르는 각종 음악작품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상곡을 단지 기악곡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딱히 어떤 곡이라고 정의해야 할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기상곡’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음악적인 표현을 위해서라면 형식이나 규칙도 무시하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즉흥적인 감흥을 전하는 것이지요. ‘변덕’과 ‘즉흥’, 이것이야말로 기상곡의 핵심입니다. 시대가 지나도 기상곡의 자유분방함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17세기에는 주로 건반악기 독주를 위한 기상곡이 많이 작곡됐는데 하나같이 환상적이고 기교적이며 화려한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독일의 음악이론가 프레토리우스는 기상곡에 대해 “갑자기 변덕을 부리며 마음 닿는 대로 움직이는 음악”이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No comments:
Post a Comment